몸생각 안하고 과로를 하는게 단점입니다.
그런데 내색을 안해서 모르고 지나가요.
필리핀 직원 한명이 대학 입학할때부터 파트타임 4시간으로 뽑았는데, 다른직원들도 잘하지만 이직원은 특히 더 똘똘해서 제 시다바리로 잘 써 왔습니다.
제가 일이 너무 많으면 조금씩 더하다가 언제부터인지 항상 6~7시간씩 일을 하더라고요. 저야 일 많이 해주면 제가 편하니까 좋았죠. 돈은 타임카드 찍어서 분단위로 계산 해줍니다.
그새 몇년이 지나고 지금 이 직원이 졸업반이라 교생실습을 하는데, 그걸 알면서도 생각을 제가 미리 못한게 잘못입니다. 알고 봤더니 교생실습을 새벽에 출근해서 네시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얼마 쉬지도 못하고 밤 열시에 회사 출근을 해왔더군요. 그러고 새벽 네다섯시까지 일하다가 잠도 못자고 또 교생 출근하고.
사람이 할 수 있는일이 아닌데 이걸 몇달씩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저야 얼굴을 마주보고 일하는 것도 아닌데 일처리에서 문제가 없으니 매니저랍시고는 눈치도 못채고 있었고.
이게 필리핀 직원의 단점입니다.
미국 영주권 수속이 끝나가서 졸업하면 미국으로 가는데, 가서도 굳이 회사에 남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필리핀에서 주던 월급 그대로 줘도 된다면서. 저는 이해를 할 수가 없는데, 와이프 말로는 우땅날로옵이라는 필리핀 문화라고 하더군요. 당연히 그렇게 할 수는 없죠. 그렇다고 내가 대표도 아닌데, 필리핀에서 5만페소 주면 동네에서 소문난 똑똑한 직원을 구할 수 있는일을 그 몇배를 주면서 미국에서 고용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미국에서 재택으로는 못하는 자리를 만들어 주던가, 그게 안되면 어디 좋은 자리 찾아서 지인 회사에라도 넣어 줄 생각입니다. 너무 아까운 인재라서, 어떻게든 데리고 있다가 언젠가 제 와이프가 우리 회사를 물려받을때 같이 넘겨주고 싶습니다.
단 한명의 예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회사 필리핀직원 모두가 이런식입니다. 앞으로 필요해지면 고용하려고 생각해놓고 있는, 갓 졸업했거나 졸업반인 미래의 직원들 두셋도 제 상식으로는 이해를 할 수 없을만큼 착하고, 성실하고, 똑똑합니다.
한국사람들이 더 일을 잘한다고들 주장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뭐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 들어갈 실력을 가진 분들은 그렇겠지만 우리가 그런 직원들을 고용할 능력은 안되고, 그저 평범한 한국 대졸 청년들과 비교하면 영어실력을 접어주고도 비교를 할 수가 없습니다.
업무능력 말고 다른부분들 - 착하고 성실한것, 잘해주면 고마운걸 갚으려고 하는 가치관 같은 것들은 세상물정 모르고 집에서 곱게 커온 필리핀 직원들을 어려서부터 경쟁의식과 개인주의에 빠삭한 한국 젊은이들은 따라 올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집에서 귀하게 키운 똑똑한 젊은이들이 미니멈 준다고 광고하는 곳에 지원을 하겠습니까? 아무리 못해도 임용고시 보고 공립학교 취업해서 3만페소는 받을 사람들이고, 그 두배나 그 이상까지 바라볼 엔지니어링 전공한 사람들을 짜게 주면서 고용하는게 가능 하겠습니까?
필리핀에 아무리 인력이 넘쳐도 자기 능력 되는 사람들은 알아서 좋은 직장들 찾아 갑니다. 월급은 미니멈 주면서 대졸사무직 구하려고 하면, 열악한 필리핀 경제사정 때문에 컴퓨터도 몇번 못만져본 "대졸" 지원자들만 넘치게 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